내가 페퍼톤스를 처음 알게된 건 고등학생 때로 기억한다. 고등학교에는 인디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고, 또 점심시간마다 방송하는 방송부 멤버 중에 펩톤의 엄청난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꽤나 자주 들은걸로 기억. 수많은 뮤직플레이어들을 사용했으나 페퍼톤스가 플레이어에서 빠진 적은 한번도 없는 거 같다. 나는 특히 1집 2집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번 학기 중에 자기 인생에 가장 기억에 의미있는 곡을 선택하는 과제에서도 페퍼톤스의 Fake traveler를 적어냈었다. 고3 때 좀 답답하거나 힘들 때 마다 자전거를 타고 아니면 그냥 걸어서 학교 근처의 산책로를 다녔었는데 그 때 항상 BGM은 페퍼톤스의 노래였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 1집 2집만 정말 좋아하고 그쳤었다. 뭔가 1집, 2집을 너무 많이 들어서 새 앨범을 듣는다는 것에 대한 나만의 진입장벽이 있었고, 1-2집 이후로 나온 앨범들 중 몇 곡을 들었었는데 그 당시의 내 취향엔 맞지않아서 '아 나는 페퍼톤스 1집 2집만 들어야 겠다' 생각을 하고 살았었다. 그렇게 1-2집만 듣고 살다가 (몇 년 동안을 그렇게 산거야;; 한 5-6년을 그랬네) 작년에 언니가 우연히 들려준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에 페퍼톤스가 게스트로 나오는 "주책이야" 방송을 듣고 페퍼톤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매주 금-토요일 (사실 방송은 목요일이나 나는 팟캐스트로만 들어서 며칠 늦게) 마다 페퍼톤스의 방송을 들으며 지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역시나 진입장벽이있어 안(못)들고 살았는데 며칠전에 팟캐스트 듣다가 갑자기 페퍼톤스는 도대체 뭘 하고 지내는 그룹인걸까 생각이 들어서 엔하위키 미러-요즘 내가 제일 재밌어하는 사이트-에 검색을 해봤다. 그러다 '2012년 4집 발매 뒤 출연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안정적인 라이브를 보여주었다!!! 지구종말이 다가왔다!!!' 라는 각주가 달려있어서 찾아봤는데..
이거 보고 진짜 깜짝놀람. 내 기억속의 페퍼톤스는 굉장히 라이브를 못하는 가수였는데 (사실 공연 실제로 본 적 한 번도 없음. 어디서 들은 소문으로만 판단한 미개한 나를 반성합니다) 진짜 씨디 삼켜먹은 라이브라.. 이 날 이후로 충격도 받고 뭔가 남의 말만 듣고 곧이 곧대로 믿은 지난 날의 나를 반성하면서 본격 내가 안들은 페퍼톤스 앨범이나 공연 영상들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공연 실황 영상 웬만하면 잘 안찾아보는데 왜냐면 1. 음악이 잘 들리지 않음 2. 공연장 분위기 나에겐 중요하지 않음 (직접 가서 느끼는게 백만배 나으니까. 그리고 집에서 보는 내가 처량해져버리는 느낌이라) 3. 공연이 나은 가수도 있으나 공연 영상보다 음원이 나은 가수도 있음(은 라이브를 못한다의 완곡한 표현) 이렇게 세가지 이유인데 페퍼톤스는 특히 3번의 이유가 많이 작용해서.. 공연 실황 영상보면 많이 실망할 거 같았기에 영상도 안 찾아보고 그랬는데.. 아 여튼 여기서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되면서 글이 뒤죽박죽이 되기 시작한다. 여하튼 펩톤 짱! 그 이후로 찾아본 실황 영상들이 저어어어엉말 좋아서 매일매일 돌려보고 있다. 3-4집 정말 좋고 EP도 싱글도 짱짱 좋음. 과거의 나를 반성합니다 정말.. 요며칠 학기 마무리하느라 꽤나 많이 힘들었는데 펩톤 노래가 큰 도움이 되어주어서 정말 고마움.
소란 이후로 간만에 이렇게 밴드에 빠져본게 오랜만이라 매우 설레는 기분. 페퍼톤스 노래 들으면 좋은 점이 노래 듣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정말 좋아지고, 남자에게서 이렇게 이쁜 멜로디와 가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는다. 뭔가 보거나 듣고있으면 많은 생각이 드는 밴드임. 사실 나는 주책이야에서 장원오빠한테 푹 빠졌었는데 그는 진정한... 이하 후략. 멋있는 남자이다. 여하튼 아 정말 간만에 좋은 노래 들어서 요새 기분이 넘넘넘넘넘넘 좋다. 마치 짝사랑 하는 기분이라 매일매일이 설레는 요즘이다. 굉장히 엄청난 팬이 되어버린 기분이라 부끄럽지만 뭔가 이 글을 꼭 써야할 거같은 기분이 들어서, 굉장히 뒤죽박죽임에도 불구하고 올려봄. 좋아하는 노래들 추려서 올리면서 이 글을 끝낸다. 사랑해요 페퍼톤스!! 얼른 새 앨범 내고 공연 했으면 좋겠다.
으 balance 진짜 좋아
검은 우주 나한테 굉장히 슬픈 곡인데 라이브 버전은 막 응원하면서 보는 맛이 있네.
좋아하자는 노래를 추리자니 앨범 채로 다 올려야 할 거같아서 그냥 여기서 그만둠.
사!랑!해!요! 페퍼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