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7일 수요일

그레이조이

리얼 병신 머저리같은 놈

2014년 9월 10일 수요일

그동안

추석을 맞아 경주에 내려갔다 왔다. 일이 어중간해서 (생길지 안 생길지도 모르고, 부르면 나가는 일이다 보니) 거의 못 내려가겠구나 맘먹고 지냈는데 별 말이 없길래 그럼 냅다 다녀와야지 해서 금요일 밤에 심야 버스를 타고 후다닥 내려갔다. 심야 버스는 처음 타봤는데 정말 잠도 안 오고 피곤했다. 매번 낮에 내려갔는데 밤에 보는 바깥 풍경은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랬던 기억이. 엄마가 너무 고맙게도 데리러 와줬다. 새벽 세시에도 데리러 오는 엄마의 사랑. 엄마는 10년넘게 하던 사업을 접고, 몇 달 쉬다가 다시 또 새 사업을 시작했다. 사실 내가 너무나 걱정이 되어서 계속 되묻고 되묻고 하다가 걱정했었는데 (하지만 이미 시작해버림) 이번에 가서도 또 묻고 묻고 했는데 자신있게 대답하는 엄마를 보아하니 걱정할 것 하나 없겠구나 싶었다. 그동안 나 어렸을 때 부터 쭉 생각해보면 엄마는 계속 일을 해왔고 어쨌거나 잘 해왔다. 그랬으니 우리 가족들 다 먹여 살렸지. 생각해보면 나는 엄마처럼 일을 못할 거 같은데 엄마 참 대단하단 생각도 들고, 쑥스러워 말은 제대로 못했지만 응원하고 있다고 이야길 했다.

몇 년 전부터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가 명절 맞이 음식을 다 해 놓으셨다. 우리 집은 기독교라서 딱히 제사를 지내고 하진 않고, 간단하게 전 몇 가지랑 명절 음식(이라 해봤자 불고기나 갈비 등이지만)을 해 먹는데 할머니가 막 많지도 않지만 절대 적지도 않은 그 음식을 매번 해 놓으셔서 죄송한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서 다음번엔 저희가 꼭 할게요 이야기를 했었는데 다행히도 올해는 우리가 할 몫을 남겨주셔서 오랜만에 전을 부쳤다. 오랜만에 하니까 재밌기도 하고. 명절 분위기도 확실히 나고. 추석 당일 날과 그 다음날엔 정말 자고 일어나서 먹고 치우고 또 자고 일어나서 먹고 낮에도 먹고 저녁에도 먹고 이러다 보니 "아 정말 살 찌겠구나" 싶었는데 화요일에 몸무게를 재보니 평소보다 한 1.5~2키로 정도 쪄 있어서 절망. 오늘도 몸이 너무 무거워져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입은 바지가 너무 꽉 맞아서 절망. 요새 너무 집-회사만 다니긴 했지.. 추석 때 많이 먹기도 했지.. 운동을 하는 게 맞는 때가 왔다.

우리 외가 쪽에는 아직 증조 할머니가 살아 계시는데 예전부터 치매도 오시고 건강도 안 좋으셔서 요양 병원에 계신다. 나도 그렇고 가족들도 바쁘다 보니 명절 때 마다 한번씩 찾아뵙는데 작년부터 할머니 계속 찾아뵐 때 마다 눈물이 났다. 증조 할머니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은 오락실 하셨어서 내가 정말 자주 찾아가서 놀았던 것, 할머니 집에선 항상 뭔가 짜면서도 쿰쿰한 냄새가 났었던 것, 담배를 엄청 피셨던 헤비 스모커셨고 마지막으로 굉장히 고집이 세고 욕이 난무하셨던 기센 할머니였는데 이제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서 성질 한번 못 부리시고 말도 제대로 못하시고 엄마나 이모들도 간신히 알아보시는 분이 되어버리셨다. 작년에는 야윈 손이랑 다리를 보는데 아 정말 너무 늙어버리셨구나 싶어서 왈칵 눈물이 났었다. 올해는 다들 급하게 가봐야 해서 아주 잠깐만 인사 드리고 가려는 데 내가 아 정말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사실 이 생각은 매번 뵐 때 마다 생각한다. 작년에도 그것 때문에 울었고)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 내서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다음에 또 올게요" 말씀 드렸는데 계속 너는 누구냐, 누구냐 외치던 할머니가 와줘서 고맙다고 한마디 하셨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서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울면서 나왔다.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외할머니도 정정하시지만 가끔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거나 명절 떄 마다 뵙는 분들이니 정말 올해 뵙는 게 마지막일 수도 있지 않을까 혼자서 생각하고 맘 졸이곤 하는데 노할머니는 진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고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이 된다.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아 이 글 쓰면서도 눈물이 막 나려고 하네. 내가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다 아픈 일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운좋게 서울가는 KTX표를 구해서 두 시간 동안 편하게 올라왔다. 오늘은 꽃보다 청춘을 봤다. 뭔가 TV프로그램 보는 것 굉장히 귀찮아하고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 나에겐 힘든 일인데 한번 틀어 놓으니 두 편을 연달아 봤다. 시간만 맞았으면 아마 다 봤을지도.. 여행 가고 싶단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고 여행에 대한 호감도 많이 상승했다. (원래 여행에 굉장히 두려움이 많은 편) 그리고 희열유에 대한 애정도 대폭 상승.. 나머지 멤버들도 마찬가지. 그렇게 꽃청춘을 보다가 미용실로 향했다. 오랜 숙원인 염색을 했는데 핑크빛이 도는 갈색으로 결정. 나도 너무 충동적으로 정한 색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미용실에선 음? 색이 안보여;; 이랬는데 집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나서야 아! 색 정말 잘나왔다! 싶어서 대만족. 미용실 조명이 주황빛 돌아서 그랬나봄.. 원래 머리 색이 거의 오렌지빛에 가까운 갈색이었는데 붉은끼 도는 갈색으로 바뀌니 얼굴이 훨씬 밝아보인다. 만족. 그리고 그동안 그렇게 사고싶어했던 레브론 립버터도 할인 받아사고 (하지만 원하는 색은 할인 대상이 아니여서 못 샀지만 대충 비슷한 색으로.. 이것도 이쁨) 지갑도 사고. 여러모로 만족스런 하루였다. 역시 돈 쓰는게 제일 좋지.

그리고 오랜만에 마포대교를 거닐었다. 예전엔 왕복으로 다녔는데 오늘은 편도로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랜만에 걷다보니 다리가 막 근질근질. 신발은 또 발에 안 맞아서 아프고. 마지막으로 마포대교 걸었을 땐 반팔에 반바지 입고 덥다 덥다 그랬는데 오늘은 긴바지에 반팔티 입었는데 아 춥다 춥다 이러면서 걸었다. 정말 좋아하는 곳인데 무슨 이유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너무 오랜만에 걸었다. 아마 귀찮아서 밖에 나가기 싫어했던 나 때문이지 뭐.. 앞으론 자주 가서 걸어야겠다. 노래들으면서 걸으니 참 좋았다.

오랜만에 해삼이랑 이야기를 나눴다. 얘랑 어라운드 캠핑 페스티벌 가면 좋겠다 문득 생각이 들었는데 얘가 만나자고 한 날짜가 딱 그 주여서 너 갈래? 물어보니 좋다고 가자고 했다. 아 1만원 할 때 진작에 표 끊어 놓을걸..후회가 되긴 했지만. 나는 인디 공연이나 이런 거 굉장히 좋아하는데 같이 갈 친구가 없어서;; 혼자 간 게 대부분이고 (페스티벌 공연도 거의 혼자 다녔다고 봐야지 2012 GMF 빼고) 친구는 이런 공연 경험이 없고. 예전에 내가 소란 광팬일 때 공연 데리고 가니 막 좋다고 이야기했었는데 막상 친구는 이런 경험 할 기회가 없으니 자주 못 가고,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해서 살며시 제안했는데 흔쾌히 승낙해줘서 고마웠다. 나 페퍼톤스 좋아한다고 그 오빠들 보러 가는 게 주 목적이라고 하니 당장 노래 찾아 듣는 귀여운 친구 ㅋㅋㅋ 사실 나도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얘랑 가서 돗자리 깔고 맛있는 거 먹고 노래 듣다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생각만 해도 좋다. 재밌을 거 같아. 아 그리고 내 카톡사진 보고 뭐냐고 물어서 족구왕 왕 칭찬했더니 그것도 보자고 한다. 나야 좋지. 제발 그 때 까지 상영하길.. 상상마당 시네마 끝까지 힘내줘요.


이제 정말 미뤄왔던 스쿼트를 하고 자야겠다. 어제부터 이시간대만 되면 머리가 조금씩 아려온다. 오늘은 염색약 냄새 때문에 더 심한듯. 얼른 자야지.


이 글 저장하고 수정하려고 보니 이 전에 쓴 글도 제목이 그동안이네. 난 참신함이 없는 사람이야





2014년 9월 3일 수요일

그동안

드디어 일자리를 구한지 2주가 넘어간다 면접본 게 지지난주 수요일이니 오늘이 딱 2주차네. 확실히 밖에서 사람 만나고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지난 다크했던 시절이 언제였냐는듯 사람 만나고 일하는 것에 큰 재미와 흥미를 느끼며 산다. 좀 신기한 게 작업이 학교 과제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재밌는 일들인데 이 일들을 해서 돈을 벌 수가 있구나 생각하니 많이 새롭다. 여하튼 만나는 사람들도 좋고 평소 좋아하던, 동경하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서 정말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오는 길이 좀 외롭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막 이야기하고 작업하다가 막상 집 오는 버스 안, 지하철 안 그리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사무칠듯이 외로웠는데 그래서 라디오를 막 찾아서 들었다. 라디오 듣는 잠깐은 외롭지 않았는데 그것도 며칠 가지 않아 라디오로 채울 수 없는 외로움으로 번져있었다. 집에 아무도 없고 오늘 있었던 일을 풀어놓을 데가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나 그냥 친한 친구들 만나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 이외에는 할 이야기가 없었다. 나만의 이슈가 없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조금 서글펐다. 오늘은 집 오는 길에 상민오빠 만나서 그동안 서로 못 나눴던 이야기를 맥주 먹으면서 막했다. 오빠는 대학교 이상의 공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뭐.. 부럽지만 슬픈 이야기도 있고. 신나게 수다 떨고 나니 집 오는 길이 외롭지 않았다. 결국 사람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하는 게 좋은 거지 뭐.
어제인가, 꿈을 꿨는데 내가 짝사랑 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디서 힘들게 구해온 재료로 음식도 만들어주고 한껏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 차있던 꿈이었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에 대한 관심이 하나도 없었고 그냥 겉치레 정도의 호의만 베풀 뿐, 나에 대한 호감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내가 만들어 준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나를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 했다. 그런 꿈 속의 내 모습이 너무 슬퍼서 눈이 확 떠졌는데 일어나니 맞춰 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깼었고, 가슴 한구석이 막 미어졌다. 너무 슬픈 꿈이었다. 짝사랑 정말 힘든 거구나 간접적으로 느꼈고 오후까지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요즘에도 외롭다 외롭다 생각이 들고 사람은 만나고 싶은데 아직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 모르겠다 마음이 이중적이야 나는.
평소 꽤 관심가지고 좋게 보던 걸그룹이 큰 사고가 나서 사망, 큰 수술 등 아주 힘든 일이 오늘 새벽에 일어났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유투브에서 영상보고 활동 끝났나보네 아쉽다 생각하며 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 나랑 나이도 동갑이던데. 정말 많이 안타깝다. 너무 가슴이 아플 때는 아무 말도 안 나온다. 계속 머리 속에 맴돈다.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꼭 좋은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