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 대학로에서 "시간에"라는 뮤지컬을 봤다. 나는 대학로가서 공연본게 이번포함 딱 두 번인데 이전에 본건 개그물이여서 그냥 웃다가 왔는데 이번건 뮤지컬인데 너무 슬퍼서 초반부터 막 울다가 끝날때 쯤엔 감정이 주체가 안돼서 다 끝나고도 막 끅끅대면서 울면서 나왔다. 얼마나 쳐울었으면 커튼콜 때 배우가 날 쳐다보며 웃고있었을까.. 내용이 슬픈것도 없진 않았는데 배우들이 너무 잘 울어서, 남 우는거 보면 같이 울고 그러는데 배우들이 너무 막 잘 울어서 그걸 보니 더 그랬던거같다. 울엄마한테 매번 "아, 내가 그때로 돌아가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때 마다 엄마가 "시간 되돌려도 사람은 똑같이 행동한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딱 그 대화가 생각나는 뮤지컬이었다. 뭐 내용을 풀어 이야기하긴 그렇고 여튼.. 연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선영이는 나 잘 우는거 알아서 우는거 보고도 '김지원 또 우넹ㅋ' 뭐 이런 반응이었는데 도혁이가 너무 놀래서ㅋㅋㅋㅋ미안할정도였다. 나 쓸데없이 잘 우는데... 원래 티 안내면서 우는데 이번엔 아! 여튼 간만에 숨어지냈던 감수성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건 커튼콜 때 감독이 타임워프 버튼 누르면서 아내한테 시계 주는것. 그 때 감정폭발. 감독 역할한 배우가 연기를 참 잘했다. 다들 잘 했지만.
그리고 선영이랑 도혁이랑 맥주를 먹는데 친구들이랑, 특히 애니고 친구들이랑 하는 대화는 참 많은 생각이 드는거같다. 이런 깊고 멋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기도 하고 자극도되고. 여튼 다들 멀리있지만 위안되고 고마움.
아까 울면서 진을 다 빼서 지금 너어무 피곤하다. 1호선 거의 막차, 그것도 구로행 차에는 사람이 거의 없구나. 텅빈 열차를,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게 얼마만인지. 뭔가 스무살 된거같으.. 시간생각 안하고 논거같다.
뭔가 오랫동안 꼬여있던 일을 풀었다해야하나. 막 너무 힘들고 마음이 아플거 같았는데 의외로 너무 깔끔하게 끝나버린거 같아서 마음이 이상했다. 결국 끝이 정해진 일인데 무서워서 그래서 피하다가.. 끝이난 지금 결국은 마음이 시원섭섭하다해야하나. 막 너무 깔끔하게 떨어진 기분이라 의아하기도 했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혼자서 이 결말을 예상했을 때, 그리고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절대 다시 돌아보진 않아야지, 앞으론 엮이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시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을거같아.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바뀌었구나. 성숙해진건지 쿨해진건지, 아니면 둘 다 그런 척 하는건지. 여하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