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2일 목요일

다시 오지않을 오늘

도혁이가 휴가를 나와서 오랜만에 얼굴을 봤다. 애니고 친구들 참 좋은게 삼년동안 봤던 얼굴이니 오랜만에 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고, 고등학생 때 가졌던 그 어릴적마음 그대로 친구들을 대할 수 있어서 좋다. 도혁이 줄라고 열심히 팔찌를 만들어갔다. 도혁이가 마음에 들어해줘서 참 좋았다. 누구를 위해서 선물을 준비한다거나 편지를 쓴다거나하는건 얼마나 로맨틱한일인지... 사실 나는 내가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이나 편지를 받은 기억이 많이없기에 (있는데 잊어버린거면 상대방한테 진짜 미안할텐데 지금 당장은 기억이.. 최근을 기준으로..) 남에게 무언가를 주는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혼자 감동받고 위안받는거같다. 이번에도 역시.. 갑자기 슬퍼지네.

여튼 대학로에서 "시간에"라는 뮤지컬을 봤다. 나는 대학로가서 공연본게 이번포함 딱 두 번인데 이전에 본건 개그물이여서 그냥 웃다가 왔는데 이번건 뮤지컬인데 너무 슬퍼서 초반부터 막 울다가 끝날때 쯤엔 감정이 주체가 안돼서 다 끝나고도 막 끅끅대면서 울면서 나왔다. 얼마나 쳐울었으면 커튼콜 때 배우가 날 쳐다보며 웃고있었을까.. 내용이 슬픈것도 없진 않았는데 배우들이 너무 잘 울어서, 남 우는거 보면 같이 울고 그러는데 배우들이 너무 막 잘 울어서 그걸 보니 더 그랬던거같다. 울엄마한테 매번 "아, 내가 그때로 돌아가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때 마다 엄마가 "시간 되돌려도 사람은 똑같이 행동한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딱 그 대화가 생각나는 뮤지컬이었다. 뭐 내용을 풀어 이야기하긴 그렇고 여튼.. 연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선영이는 나 잘 우는거 알아서 우는거 보고도 '김지원 또 우넹ㅋ' 뭐 이런 반응이었는데 도혁이가 너무 놀래서ㅋㅋㅋㅋ미안할정도였다. 나 쓸데없이 잘 우는데... 원래 티 안내면서 우는데 이번엔 아! 여튼 간만에 숨어지냈던 감수성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건 커튼콜 때 감독이 타임워프 버튼 누르면서 아내한테 시계 주는것. 그 때 감정폭발. 감독 역할한 배우가 연기를 참 잘했다. 다들 잘 했지만. 

그리고 선영이랑 도혁이랑 맥주를 먹는데 친구들이랑, 특히 애니고 친구들이랑 하는 대화는 참 많은 생각이 드는거같다. 이런 깊고 멋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기도 하고 자극도되고. 여튼 다들 멀리있지만 위안되고 고마움. 

아까 울면서 진을 다 빼서 지금 너어무 피곤하다. 1호선 거의 막차, 그것도 구로행 차에는 사람이 거의 없구나. 텅빈 열차를,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게 얼마만인지. 뭔가 스무살 된거같으.. 시간생각 안하고 논거같다.

뭔가 오랫동안 꼬여있던 일을 풀었다해야하나. 막 너무 힘들고 마음이 아플거 같았는데 의외로 너무 깔끔하게 끝나버린거 같아서 마음이 이상했다. 결국 끝이 정해진 일인데 무서워서 그래서 피하다가.. 끝이난 지금 결국은 마음이 시원섭섭하다해야하나. 막 너무 깔끔하게 떨어진 기분이라 의아하기도 했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혼자서 이 결말을 예상했을 때, 그리고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절대 다시 돌아보진 않아야지, 앞으론 엮이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시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을거같아.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바뀌었구나. 성숙해진건지 쿨해진건지, 아니면 둘 다 그런 척 하는건지. 여하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