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5일 월요일

페퍼톤스 5집과 클럽 투어와 뮤직비디오

기다리고 기다리던 페퍼톤스 5집이 나온지 벌써 2주가 되어간다. 아직까지도 7월 말 어느 날이 기억난다. 아침에 신나게 늦잠 자고 일어났는데 5집 티져 공개와 클럽 투어 공지로 트위터 타임라인이 도배 되어있던 그날..

여하튼 운 좋게 영화제에 당첨되어서 5집 앨범 나오기 전 앨범의 대부분 노래를 들을 수 있었고 남들보다 몇 배는 빨리 (심지어 아직도 공개 안된 뮤직비디오가 있으니)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앨범 발매된 날은 택배로 받아보기보단 직접 가서 사서 당장 CDP로 듣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온갖 핫트랙스에 수소문해서 샀었던 기억.. 그날은 족구왕도 봤었지. 2주 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저번 주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지지난주구나. 대구 클럽투어도 다녀오고 이제는 서울 클럽 투어만 남겨두었다. 음악에 대한 느낌을 말할 때는 항상 조심하게 된다. 사실 음악이라는게 딱 듣자마자 좋다 나쁘다 판가름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들으면 들을 수록 좋아지는 것도 있고 그래도 아닌 것도 있고. 그렇게 언제쯤 이야기를 써볼까 고민하던 중에 이제야 글을 쓰게 되었다.

음 어떻게 글을 써야 잘 쓸까. 뭐 전체적인 느낌은 1~4집을 들으면서도 느꼈고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지만 여전히 힘이 나는, 힘이 되는 노래들이라서 참 좋다는 것이다. 페퍼톤스 노래들 거진 다 좋아하는데, 팬의 입장이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 들을 때도 노래들이 편해서 참 좋아했다. 예전에 나는 페퍼톤스 팬이야! 라고 느끼지 않았던 시절에도 항상 플레이어에서 페퍼톤스의 노래는 빠지지 않았는데 노래가 듣기에 부담이 없어서 그랬다. 다른 가수의 노래들 중에 정말 좋아하는 노래들도 가사가 너무 무겁거나 멜로디가 너무 무거운 노래들은 진짜 땡기거나 혹은 마음이 울적하지 않을 때 빼곤 거의 찾아 듣지 않는다(저엉말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노래에 기분이 좌우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 몇 주 전처럼 마음이 다크했던 시절에 그런 노래를 들었다면 나락으로 빠졌겠지. 사람마다 기분이 울적할 때 기쁜 노래로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더 우울한 노래를 들어서 밑바닥까지 꺼짐을 당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확실히 전자다. 여하튼 그런 면에서 페퍼톤스 노래들은 가사랑 멜로디가 예쁘고 힘차서 좋았다. 사실 조금 다운되는 노래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듣고 있으면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사는 거 다 똑같지 뭐' 이 정도로 느끼고 힘을 얻게 된다 해야하나. 그래서.. 이번 앨범도 듣고 있으면 다 힘 얻을 수 있는 노래들이라 좋다. 그 중에서 특히 스커트가 불어온다 노래가 젤 찡했는데 영화제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도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질 때가 있었다. 그다음엔 FAST. 사실 장원리 솔로 곡들 거의 다 좋아하는데 (꽤?! 있지만 그 중에서도 BALANCE!랑 Knock는 단연 최고) 이 곡도.. 걍 듣고 있으면 힘난다. balance는 듣고 있으면 아 멜로디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모르게 힘이 불끈불끈 나곤 했는데, FAST도 같은 맥락인 듯. 그래서 앨범 사고 초반엔 이 노래만 계속 들었었다. 아 특히 가사가.. "네가 아니면 안되잖아" 그치, 이런 게 있어야 힘이 막 나지. CHANCE도 워낙 좋아해서 NEW CHANCE도 좋고. 아 코러스로 참여했던 목소리가 특이해서 찾아봤었는데 이진아씨 솔로로 작업한 곡들도 들어보니 좋더라. 목소리가 특이한데 코러스로 들어가니 은근히 잘 녹아들어서. 스커트가 불어온다나 NEW CHANCE에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사실 청춘은 족구왕 OST로 쓰인 노래라해서 뮤직비디오 볼 때도 음?! 조금 이런 느낌이 있었다. 5집 앨범의 노래가 아닌 별개의 노래로 느껴져서 (뮤직비디오조차 족구왕이니까) 좀 이질감이 있었는데 듣다 보니 참.. 영화 보고 나니 참.. 진짜 딱 대학교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과 이미지가 떠오르는 노래라 참 좋았다. 족구왕은 시사회로 한 번, 개봉 후 극장가서 한 번 총 두 번 봤는데 마지막에 청춘 나올 때 마다 맘이 뭉클. 영화 내용이랑 이어서 생각하니 더 예쁘고 아름다운 노래다. 족구왕 처음 봤을 때 그 재밌어서 무릎을 딱 치고 한국에 최적화된 청춘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릎을 또 쳤는데 (정말 재밌으니 세 번 보세요) 청춘이 엔딩크레딧에 흘러 나오면서 족구왕의 여운을 마지막까지 느끼게 해주고 끝 마무리를 잘 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THANK YOU는 워낙 좋아했던 노래라.. 지금 글 쓰면서 앨범 다시 한 번 듣고 있는데 흠 이러다간 좋단 이야기 밖에 안 나오겠음. 지금은 10번째 곡인 도시락이 나오는데 들으면서 진짜 참 듣기 편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번 앨범에 좀 뢐킹 한 곡들도 몇 개 (SSSS/POWERAMP!!/음 굿모닝 샌드위치맨도?) 있는데 그것도 막 "헐..너무 롹이야.." 막 이런 것도 아니고 듣고 있으면 신나는 곡들이라.. 진짜 첨에 SSSS 들었을 땐 일렉기타소리에 한 번 반하고 후렴구에 기다루ㅕ! 달려ㄱ ㅏ! 이러면서 아 이건 정말 락 페스티벌용 노래구나 느꼈... 아 나는 무슨 말을 쓰고 싶은 걸까. 아 맞다 며칠 전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선 객원보컬 썼으면 좋겠어요! 랑 그냥 노래하게 냅둬요! (사실 이건 아니고 크크 안 써도 충분히 좋다는 의견) 이 두 의견으로 토론의 장이 벌어졌었는데 나는 흠.. 곡에 맞는 목소리를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123집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신나는 멜로디에 밝은 가사의 노래들이 많았고 그런건 여자 객원보컬들이 (아..현민님 목소리 넘 예뻐요) 잘 살려줬었다. 그런 가사나 멜로디의 곡들을 재평신이나 장원리가 했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페퍼톤스가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4집을 내고 이번 5집까지 발매한 시점에서 자신들이 공연장에서 연주하고 부를 노래일 만큼 본인이 부를 수 있는 음악과 가사들로 앨범을 만들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가사나 음악들도 듣다 보면 아 이건 이장원 신재평이 아니면 안되겠구나 느껴지는 곡들이 많아서. 아 맞다 그런 생각도 한게, 사람들이 페퍼톤스 123집을 워낙 많이 들어서 페퍼톤스는 밝은 멜로디에 예쁜가사와 여성보컬이지! 이런 페퍼톤스만의 고유 느낌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4,5집에 대해서 이게 페퍼톤스 노래야?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은듯함)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10년이면 강산이 바뀌는 시간인데 사람도 바뀌었지 않겠나. 여하튼 그래서 꼭 객원보컬을 쓰자 말자 논하는 게 사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함. 각자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을거고 4집이나 5집에서는 굳이 여성 객원 보컬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쓰지 않은 거겠지. 다음 앨범이나 새로운 노래를 만들 때 또 필요하면 쓰는거고. 여하튼 내가 느낀건 계속 본인들의 목소리로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휴 나도 쓰면서 생각 정리가 안되서 막 썼네. 여하튼 많은 노래,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점.  여하튼 5집 노래 다 정말 좋다. 페퍼톤스 앨범 듣고있으면 앨범에 한 두곡 정도 최고! 라고 생각되는 곡이 있고 결국엔 싫은 노래는 하나도 없더라 라는 게 총평인데 이번 앨범 또한 그러하다. 아직은 적응기라 사실 나에겐 234집이 더 편하긴 하지만 얘도 다음 앨범 나올 2년 뒤(과연 ^^)까지 듣고 듣다 보면 결국 최고의 앨범이 되어있을거라 생각한다. 안 쓴 노래도 다들 좋음. 좋아요.. 좋아요.. 로 글을 도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줄인다.

클럽투어 이야기로 넘어가서 대구는 정말 의외로 시원했고 (사실 좀 춥기까지 했었음) 공연장도 엄청 쾌적한 편이었는데 페퍼톤스 방구석 팬이다가 제대로 된 공연 무대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인 나로서는 굉장히 재미었음. 신나는 노래 들을 때도 좋았는데 나는 검은 우주랑 스커트가 불어온다 들을 때는 막 마음이 찡해져서 눈물이 쪼금 날 뻔했다. 공연에서 연주한 곡들 중에 가장 좋았음. 검은 우주는 그 시끄럽던 공연장이 확 조용해졌는데 고군분투하는 장원리를 보니.. 는 농담이고 집에서 혼자 검은 우주 들으면서 진짜 우주 한복판에 있다면 이런 느낌? 마음이 공허하고 막 설명하기 복잡한 외로움이 느껴지곤 했는데 딱 그 느낌이 공연장에서 너무 확 와 닿아서 막 감정이 미묘했음. 그 사람 많은 곳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다니.. 여하튼 공연을 볼 때 마다 항상 느끼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본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들이 뽐낼 수 있는 가장 멋있는 모습을 내 눈 앞에서 구경한다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하지. 아 맞다 그리고 나는 페퍼톤스 노래는 가사집을 보고 가사를 외운 적이 거의 없고 듣다보니 어느새 외워진 것들로 머리 속에 저장해놨었는데, 클럽투어는 앨범 발매하고 3일 뒤에 했어서 5집은 엄청 벼락치기 하듯이 가사를 외웠다. 근데 하나하나 곱씹어 보니 흘려들었던 가사가 참 예쁘더라. 느낀 게 확실히 공대생이지만 공대 감성은 아닌? 특히 재평신, 아우라 단독 DJ 할 때나 장대라 나와서 말하는 것 듣고 있으면 아 이 사람 참 감성적인 사람이구나 느껴질 때가 많은데 가사 보니 특히나 더 그런 게 확 와 닿았다. 1집은 좀 난해한 감이 없진 않았는데 ㅋㅋㅋㅋ 여튼.. 아 그리고 크레딧까지. 나는 페퍼톤스 좋은 게 프론데 프로아닌 프로 같아서 아 이거 뭔가 설명하기가 애매하네. 이제 훌쩍 어른... 성인의 나이지만 노래 듣고 있으면 젊음이라던가, 청춘이라던가 이런 감정이 많이 느껴지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예전 앨범의 노래들 보다 성숙해진 느낌이 있었다) 그 특유의 어린 남자의 장난끼 (누가 이 오빠들 34살이라 하던가)가 앨범마다 느껴져서. 5집발매 가수라고 하면, 특히 데뷔 10년차에 막 멋부릴만도 한데 안 그래서. 아직까지 대학생 청춘 감성이라, 그래서 더 좋다. 하하

아 요즘에 정신없어서 CDP 구석에서 놓고 있다가 오랜만에 켜서 들으니까 너무 좋다.
여하튼 페퍼톤스 5집 대박나서 돈 많이 벌어서 장원리는 꼭 넓은 집 이사 갔으면 좋겠고..
많이 번 돈으로 둘 다 좋은 악기 또 사서 좋은 앨범 또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페퍼톤스가 마지막이라면? 마지막 앨범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까지 활동할까 이런 생각이 불현듯 들곤 하는데 이 밴드가 없어진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 여하튼 오래오래 음악하길!


아차 제목에 뮤직비디오 라고 써놨는데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했네. 나 우문기 감독님 단편전 보고오고 그랬는데(극장에서 페퍼톤스 뮤비보려고ㅋㅋㅋㅋㅋㅋ 우문기 감독 단편영화도 볼 겸 겸사겸사) 사실 그 전의 행운을 빌어요나 공원여행이나 그 전의 뮤직비디오는 딱히 막 좋다기보단 "아 뮤직비디오"네 이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핑퐁 제외 그건 재밌었음)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들은 아... 진짜 딱 그 코드가 있어서 (웃긴데 신선하고 뭔가 또 보고 싶어지는) 너무 너무 너무 정말 영화제 갔을 때 짱 감동을 느꼈었다. 특히 우문기 감독의 것들이 더 그랬었고. 나머지 감독들이 한 것도 좋았음. (진짜 사람마다 나오는 감성이나 표현력이 다른가 봄) 음 여하튼 뮤직비디오 아무리 쉽게 찍었을 것 같다고 느껴져도 안 그런 거 잘 아니까 정말 고생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보는 게 확실히 좋지. 아 맞다 내가 정말 행운이라고 느낀 건 영화제가서 남들보다 일찍 노래 듣고 뮤비 본 것도 있지만 극장 그 큰 스크린에서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던 것. 나의 13인치 노트북으로도, 우리 집의 왕 큰 HDTV로도 볼 수 없던 그 화질과 사운드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생성될 수 있던 집중력을 다 느끼고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굉장했지. 지금 뮤직비디오 암만 다시 봐도 그 때 그 느낌으론 절대 볼 수가 없다. 여하튼 아까 위에서 말한 페퍼톤스는 프로인데 프로아닌 프로같단 느낌이나 장난끼 많은 20대^^ 오빠들 같은 느낌이라는 그 맥락이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에서 막 느껴져서 좋았다. 뮤직비디오 정말 좋으니 뮤직비디오도 세 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