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2일 화요일

배부른 소리

페퍼톤스 영화제(라 쓰고 뮤직비디오 상영회 쯤되는, 하지만 스케일이나 내용이나 다 영화제 급이니 영화제다)에 어제 다녀왔다. 가끔씩 뻘한 자신감이 생길 때가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게 꼭 될거다 하는 일이 있는데 왠지 이번 영화제 당첨이 그랬던 거 같다. 굉장히 나는 왠지 갈 수 있을거 같단 느낌이 들었고 진짜 당첨이 되었다. 운도 좋지. 같이가는 친구에게 내가 당첨이 되었는데 같이가지 않을래 라고 물으니 친구는 "항상 느끼는거지만 넌 당첨운이 정말 좋은거 같아" 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친구에게 당첨은 운이 아니라 노력인 거 같아 라고 이야기했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운보단 노력같다. 내가 무슨 노력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영화제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욕먹기도 싫고 고소당하기도 싫으니까 짧게 이야기 하면 재밌었다. 근데 난 좀 아쉽다. 내가 당첨 안되었다면 새 앨범 듣는데 더 희열을 느끼지 않았을까? 노래들이 예상대로 너무 좋았고 뮤직비디오도 그러했다. 영상을 찍어봤고 앞으로도 찍고 싶어하는 나에게 큰 자극이 되기도 했고 아니 그냥 무엇보다 뮤비가 참 재밌었다. 그리고 남들은 모르는, 알고 싶고 궁금해 미칠거같은걸 보고 올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거아닌가? 어제 몇 시간 동안은 좀 자부심에 쩔어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영화제 끝나자마자 사그러들었지만. 자랑 할 데도 없고 뭐 이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근데 여하튼 좋은 점이 너무 많으니까 그만큼 아쉬움이 크다. 특히나 노래가 더 그런거같다. 앨범 발매일 날, 핫트랙스에 가서 곱게 디스플레이 된(신보니까 입간판도 있고 그러겠지?) 5집을 들고 계산대로 가서 주민등록 번호를 눌러 회원할인을 받고 카드로 결제 한 뒤 나와 바로앞의 벤치에서 포장을 곱게 뜯고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남긴 후 카페로 자리를 옮긴다. CDP에 흠집 하나 없는 CD를 넣어 트랙 순서대로 노래를 들으면서 부클렛을 휘적이며 가사를 음미한다면 정말 벅차올랐을텐데. 이미 나는 웬만한 노래들 다 들었고 멜로디도 아는 상태에서 앨범을 사서 듣는 과정은 방금 위에 적는 것 보단 설렘이나 벅참이 좀 덜할거같다. 아.. 쓰다보니 더 아쉽네. 영상을 본 것에 대해서는 굉장한 만족을 한다. 갤럭시 w인가 가면 갈수록 촬영 장비나 특수효과는 좋아지는데 사람들이 감상하는 화면은 작아진다는, 그래서 큰 화면의 휴대폰으로 봐야한다며 액정이 열라 큰 휴대폰 선전을 보고 저럴거면 태블릿PC를 사지 라며 코웃음 쳤는데 어제 장원리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제 영화제에 가지않았다면 나도 내가 가진 제일 큰 화면인 13.3인치의 노트북으로 뮤직비디오를 봤겠지. 그랬다면 집중도도 떨어지고 영상미와 사운드를 제대로 잘 즐기지 못했을걸 내가 젤 잘 알기에 극장에서 본 건 굉장히 만족한다. 저번주 우문기 단편전에서 행운을 빌어요와 핑퐁을 큰 스크린에서 보며 희열과 항마력을 견디며 느낀건데.. 어제 또 생각하게 되었다 여하튼 좋은건 크게 보는게 좋지. 여하튼 아 앨범 발매 빨리 됐으면 좋겠다. 뭔가를 이렇게 갈망하거나 기다려본건 정말 오랜만이다. 내가 이 밴드가 이렇게 활동을 시작하려는 시기에 푹 빠진것도 운명같이 느껴진다.(항상 사람들은 기회를 틈타 운명으로 조작해버리듯이 나역시 그렇다.) 티켓팅 하며 그렇게 긴장하던 클럽투어도 이번주고 (헉 벌써) 이제 본격적이겠네. 앨범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가끔씩 하는 활동이니까 많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잘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음.